[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를 제외하고 모든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이는 내년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예산에 민생 해답을 담겠다고 말했지만,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전재정'과 '민생토론회 공약'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느냐는 언론비판이 제기된다. 양립이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의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구·개발(R&D), 저출생 대응 등의 예산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민생토론회 현장에서 제기된 민생 과제에 대한 해답을 담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주 끝으로 24회에 걸친 민생토론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28일) 직전까지 '관권 선거'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28일 한국일보는 사설 <내년 예산안도 '건전재정'… 대규모 감세와 병립 가능하겠나>에서 "건전재정은 윤석열 정부가 줄곧 내세워온 기조로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무리하게 쥐어짜다 보면 올해 R&D 예산 감축처럼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재량지출 감축 과정에서 이처럼 꼭 필요한 예산이 싹둑 잘려 나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쏟아낸 대규모 감세 정책과 병립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등 공격적인 감세로 세수 기반이 허약해진 와중에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감세 정책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건전재정과 감세, 그리고 포퓰리즘이라는 하나같이 상충되는 정책들을 아무런 부작용 없이 모두 예산안에 끼워 넣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올해도 국세 감세 77조, 총선 '포퓰리즘 공약들' 어찌할 건가>에서 "감세폭이 커지면 예산 지출도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정부가 늘리겠다고 한 연구·개발(R&D), 저출생, 필수·지역 의료 등에 얼마나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이 경우 윤 대통령이 쏟아낸 각종 개발계획의 재원 조달도 녹록지 않게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추가, 철도 지화화,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 학대, 가덕신공항 건설, 부산 북항 재개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한국형 아우토반 건설 등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공약을 나열하며 "하나같이 조 단위 예산이 투입돼야 할 사업들이다.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재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감세정책 수혜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쏠려 있다고 짚었다. 개인 국세감면액 중 고소득자 혜택 비중이 2022년 31.7%, 2023년 34%, 2024년 33.4%로 높아지는 추세에 있고, 올해 예상된 기업 감면액 중 대기업 비중도 21.6%로 2016년 이후 최고치라는 지이다. 경향신문은 "반대로, 부자 편들고 대기업 혜택이 큰 감세 정책으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할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며 "노인요양시설이나 어린이집 확충,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 장애인 복지시설 기능 보강 등 약자 복지 예산은 재정 부족의 칼날을 맞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민생 해답’, 내년 예산안에 담겠다는 정부의 여유>에서 "집행이 시작되기까지 8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에 민생 해답을 담을 것'이라고 한 말은 답답하기만 하다"며 "고물가, 고금리 속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상황에 견줘, 대응하는 자세가 너무 여유로운 까닭"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고물가,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자 실질임금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락했다. 그런 추세가 이어지며 올해도 내수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가한 얘기"라고 했다. 한겨레는 예를 들어 R&D 투자 규모를 왜 내년에 확대하겠다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는 "올해 무리하게 삭감한 후유증을 두곤 아무 언급이 없다"며 "대폭 삭감이 잘못된 일임을 깨달았다면, 올해 안에 보완하는 게 바람직할 터인데 그럴 생각은 없는 듯하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건전 재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조는 내년에는 무언가 나아질 것이란 희망조차 접게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추가 감세방안까지 실행에 옮기면 세수 여건은 더 빠듯해진다. ‘부자 감세’와 ‘정부 지출 억제’를 중심에 둔 재정정책 기조를 고집하면서 민생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공약 냉소만 부추기는 여야의 ‘천지개벽’ 포퓰리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지급 공약,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 대표의 지원금 지급 공약은 물가 급등과 재정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돈만 뿌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포퓰리즘으로 따지자면 윤 대통령도 크게 할 말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공약들을 다 합치면 '천지개벽'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도 재원 대책은 특별히 제시한 게 없다"며 "정책을 너무 많이 쏟아내 되레 기억에 남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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