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 검찰이 소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수년 전 불기소 결정됐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전 장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 또다시 수사에 착수한다. 서울고검은 “기존 수사기록, 공판기록 및 2023년 11월 29일자 서울중앙지법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판단돼 재기수사를 명령한다고 밝혔다.

재원 :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2019년 12월에 당시 자유한국당이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2020년 1월에 기소가 이뤄져 재판이 시작됐다. 그런데 검찰은 추가수사를 한다며 1년 3개월이나 재판 진행에 발목을 잡고 질질 끌었고, 그 결과 2021년 4월에 추가 수사도 마무리되고 5월부터 실제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이 1차 기소 이후 재판을 공전시키면서 1년 3개월이나 추가 수사를 벌이며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을 추가로 기소했지만, 당시 불기소한 대상자만도 31명에 이르렀다. 이미 기소한 13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가 대부분 불기소가 된 것이다.

심지어 추가 수사의 유일한 ‘소득’이었던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은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초 기소의 수사기간보다 훨씬 긴 1년 3개월 동안 재판을 공전시키며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 추가 수사 결과에서 불기소한 31명 중에는 임종석, 조국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당시 검찰은 증거가 없어 불기소한다면서도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굳이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장기간추가 수사의 실질적 속셈이 임, 조 두 사람의 기소였던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당시에도 검찰은 이진석 추가 기소로 울산 사건은 종결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9일 이 ‘울산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면서 검찰의 기류가 바뀌었다. 당시 여당 대표였던 김기현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로서 수사 재개를 강력하게 주문한 것이다. 여기에 검찰은 판결문에 임종석, 조국이 언급되어 있다면서 법조기자들에게 수사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1심 판결문에서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언급된 부분은 혐의 사실과 전혀 무관한 맥락이었다.

임 전 실장이 언급된 부분은 이 사건의 단초가 된 임동호가 임 전 실장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다는 것이고(즉 임 전 실장은 행위 주체가 아닌 객체), 조 전 장관이 언급된 곳은 그가 과거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수많은 진보진영 인사들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그중에는 ‘조국 사태’ 이후로 수년째 조 전 장관을 공격하고 다니는 정치권 인사도 있다.

게다가 그런 판결문 내용조차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검찰의 공소장 등 주장들을 받아쓴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검찰이 자신들로부터 나온 언급이 재판의 혐의와 무관하게 단순히 판결문에 실렸다며 수사 재개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자가발전’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서울고검이 내세운 명분, “기존 수사기록, 공판기록 및 2023년 11월29일자 서울중앙지법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는 말은 거꾸로 뒤집으면, ‘면밀한 검토’만이 있을 뿐 새로운 증거는 없다는 의미가 된다. 단지 현 시점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할 정도로 새로운 사정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 것.

그리고 그 새로운 사정이증거가 아닌 것은 확실해보인다. 잔뜩 허세를 부린 명분에 정작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또 수사의 ‘야바위판’을 벌이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JTBC는 ‘검찰 수사팀 내부보고서’를 거론하며 ‘문재인정부 청와대 문건을 확보하지 못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 [단독] '울산 선거개입' 조국·임종석 재수사…"당시 청와대 거부"

그런데 이 같은 보도는 상식과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 18일에 서울고검이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으므로 아직 ‘내부 보고서’를 낼 ‘검찰 수사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즉 JTBC가 거론한 ‘내부보고서’는 과거 수사 당시의 보고서인 것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정권이 바뀐 직후인 2022년 5월 16일에 <文청와대에 막힌 월성·울산 사건…법조계 “대통령 기록물 압수 필요”>라는 기사에서 ‘법조계’를 인용해 사실상 같은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당시 조선일보가 인용한 ‘법조계’가 검찰로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여기서 거론한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는 2020년 1월 11일의 일이었고, 1차 기소는 그 얼마 후인 1월 29일에 이루어졌다.

즉 JTBC가 보도한 청와대 압수수색 운운 ‘내부 보고서’라는 것은 2020년 1월의 1차 기소 당시의 보고서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지도 않았던 2021년 추가 수사 당시의 보고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1년 3개월의 추가 수사까지 벌이고도 두 사람을 ‘최종’ 불기소 처분한 바 있는 검찰로서는 2021년 추가 수사도 아닌 2020년 최초 수사 당시의 ‘내부 보고서’에서 압수수색 거부를 거론한 부분이 현 시점에서 재기수사를 벌일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JTBC 법조팀을 이용해 허구의 명분을 퍼뜨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JTBC 보도의 ‘내부보고서’는 서울고검이 했다는 ‘면밀한 검토’ 결과 찾아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수사의 ‘명분’이 아니라 검찰이 임종석과 조국을 한 번 더 털어볼 ‘기회’에 불과한 것이다

현행법상 공소권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고, 검찰이 기어이 기소를 하겠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의 누구든 검찰이 기소를 하면 속절없이 형사법정으로 끌려나가게 되는 것이 현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이 두 사람을 법정으로 끌고 간대도 유죄 판결을 얻어내기는 난망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혐의를 주장하려면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병도 전 정무수석을 거쳐야 한다. 즉 검찰에게는 한 전 수석이 임 전 실장으로 가기 위한 징검돌인 셈이다.

그런데한 전 수석은지난해 11월 1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의 이유는 증거도 없고 임동호의 진술도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 전 수석에게도 인정되지 않은 혐의에 임 전 실장을 엮기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조국 전 장관을 엮기는 더욱 어렵다. 검찰이 쥔 것은 오직 ‘과거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라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런 식이라면 조 전 장관이 후원회장을 맡은 적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수사를 받아야 할 판이다. 그래서 최초 수사, 추가 수사 모두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소환 한 번 못했다.

이를 거꾸로 따져보면, 두 사람 모두 검찰이 겨냥하는 혐의와 이토록 턱없이 연관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를 내린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의 수사 외에 다른 이유를 짚기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