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ng :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192석의 대승을 거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국정쇄신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의 모든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들도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한 일종의 수습책,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이지만, 진정성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으로부터 온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투자 :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선거 시작 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동안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했다"며 "총선 결과나 원인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되돌아보는 시간이 곧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야당과 긴밀한 협조와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브리핑 20분 뒤인, 오전 11시쯤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선 한동훈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국민들께 드린 정치개혁의 약속이 중단없이 실천되길 바란다"며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그 길이 보일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어디에서 뭘하든 나라를 걱정하며 살겠다"고 했다.

대통령실부터 여당 대표까지 동시에 '쇄신 메시지'를 낸 것은 22대 총선의 충격적인 성적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발언도 표면적으로는 총선에서 드러난 '정권 심판' 목소리를 적극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질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말뿐인 쇄신에 그칠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총선 기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등에 대한 국민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김건희 씨 '방탄'을 위해 특검법자체를 거부했다.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도 가족비리 수사를 막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해 수사를 원천차단한 것이다. 그랬던 대통령이 갑자기 가족비리 척결을 국민에게 약속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이번 총선 최대 이슈였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도 윤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가늠할또하나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이 의지를 보일 가능성은적어 보인다.윤 대통령 본인이 수사외압 사건의 '윗선'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해 도피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은 호주대사 임명에 반발해 채 상병 사건 특검, 국정조사에 더해 이종섭 특검까지 예고한 상태지만,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사외압 사건의 당사지인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경북 지역에 공천을 해 당선시킨 점은 정부·여당이 전혀 문제의식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만 2년이 되도록 제1야당 대표와 단 한 차례도 회담을 가지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생 법안을 위해 야당과 협력이 필수지만, 오히려 야당 대표를 '범죄 피의자'로 취급해 거리만 벌렸다. 그러는 사이 정치는 완전히 실종됐고,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 개혁 입법에 대해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는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으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향후 야당과소통에 나설 것처럼 브리핑했지만, 유가족도 1년 넘게 안 만나는 대통령이 갑자기 소통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언론과 소통도 차단한 상태다.

가족비리 척결, 수사 협조, 영수회담, 국민과의 소통 등 선제 조치 없이말뿐인 인적쇄신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온당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인적쇄신 자체도 의지가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 모두 사의를 밝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치는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비서관 전원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고, 단지 국면전환용 카드인만큼 적당한 선에서 일부 인원만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나온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각종 의전 문제 등 외교 참사의 책임이 있는 국가안보실을 인적개편 대상에서 뺀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총대를 멘 모습이지만, 내각 개편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이태원 참사, 잼버리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도 마찬가지다. 사적 인맥을 통한 국정운영도 근절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충견이 된 감사원, 법제처, 선거관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곳곳에 진출한 충암고 동문, 서울대 79학번 동기들도 모두 사퇴시켜야만 최소한의 쇄신 의미를 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말뿐인 쇄신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한 위원장이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은 당에 맡겨둔 채 사퇴하면서 새 지도부에 관심이 쏠리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윤석열 100% 사당으로 불리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초보인 한동훈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은 대통령실의 그립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지,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를지아직 확실치 않지만 당정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지금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여권에선 이번 총선으로 5선에 성공한 나경원 전 의원과 4선에 오른 안철수 의원, 4선 중진에 오른 김태호 의원, 대구 출신의 6선 주호영의원, 5선이 된 권영세, 윤상현 의원 등이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지만, 당정관계를 재정립하고 당체질을 변화시킬만한 인물인지는 의문이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공세에 밀려났고 이번 선거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이었지만 한 위원장에 밀려 활동이 미미했다.TK의 경우 당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일각에서 친윤 의원들이 다시 거론되는 점은 아직도 패배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