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네트워킹 플랫폼,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관장을 만나다

개관 50주년전 주제는 ‘네트워크 구축과 확장’…작가 넘어 기획자, 관람객도 파트너로
‘미술관은 의제 순환 공간’ 전국 최초 문화예술기관 ESG 이니셔티브 제정 성과 거둬

ai 투자 : 더피알=김병주 기자 | 오늘날 여러 기업과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채택하는 요소가 바로 ‘미술’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팝업스토어같은 공간에서 브랜드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주된 방식 역시 미적 감각을 통해서다.

ai주식/주식ai : 아니, 사실은 미술 자체가 이야기이자 메시지다.

작가가 몸담은 환경의 변화는 달라진 작품을 낳고, 그 작품을 접하는 이들에게 또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사회가 낳았고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모아 단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넘어 전시 자체의 의미를 살펴봐야할 이유다.

변화하는 미술관의 선두에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의 아르코미술관(이하 아르코)이 있다.

1974년 ‘미술회관’으로 시작돼 마로니에미술관으로, 다시 운영주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영문명(Arts Council Korea)을 줄인 ‘아르코’로 이름을 바꾸기까지, 아르코는 ‘문화예술현장의 파트너’라는 위원회의 비전에 따라 연구·창작·전시·교류가 선순환하는 플랫폼이 되어왔다.

공공기관으로서 아르코는 ‘유용·포용’의 가치를 ‘협업·공유’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4대 운영 전략인 ▲미술관 접근성 및 사회적 역할 확대(+) ▲혐오와 차별 없는 포용적 환경 조성 및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실천(−) ▲학제간 협업을 통한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미술관 담론 생성(×) ▲다양한 예술 주체 간의 지식과 자원의 공유와 소통(÷)는 ‘다양한 성격의 공중을 아우르며 긍정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커뮤니케이션 활동’, 즉 PR의 정의를 드러내준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열리는 아르코 50주년 기념 특별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가 집중한 부분도 ‘네트워크’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아르코의 자산이자 강점은 그간 쌓아온 다양한 장르 예술가와의 네트워크”라며, 미술관의 작가 선정 권한을 내려놓고 서로 다른 세대 작가들의 추천을 받으며 공동 참여와 참여 확장을 모색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그동안 아르코미술관이 여러 미술 주체들과 관계를 맺어온 ‘주름’ 같은 흔적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접점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의미입니다. 작가 선정 시 아르코의 전시 역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가를 안팎으로 추천받았고, 추천받은 작가들은 또 다른 후배 세대의 작가를 불러냈습니다. 서로의 작업에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본 적이 없었거나 작업으로 교류해본 적 없는 팀까지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교류와 협업을 이뤘습니다. 결과적으로 후배 작가 중 80%는 이전에 아르코미술관과 접점이 없던 작가들로 구성됐습니다.”

임 관장은 이 과정에서 “작가는 물론 기획자, 연구자 등 다양한 미술 현장 주체가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 전시 참여 작가들은 팀별로 매주 돌아가며 작업과 교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계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팬데믹에서 로컬과 모빌리티까지, 전시로 전하는 시대의 목소리

이번 전시뿐만 아니라 아르코는 지금까지 작가들의 시작과 도약을 함께하는 플랫폼을 지향해왔다.

지난 50년간 한국현대미술 신세대흐름전, 중견작가 기획초대전 등으로 실험적인 행보를 지원하고 주목받지 못한 작가들을 재평가하면서 주목해온 부분은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과 그 현장 발굴이다. 앞으로도 외부 기관 및 기획자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후속 지원의 일환으로 더 많은 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할 기회를 늘릴 계획을 세운 이유다.

아르코의 방점은 미술 현장과 사회 속에서 떠오르는 화두를 빠르게 기획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이다.

전시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디어아트 중 이용백, 진기종 작가가 함께 만든 〈오류 부호: 포탈〉(2023)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중 모든 교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상황에 대한 작가적 반응을 담았다. 모든 것을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에 디지털 세계의 오류가 불러올 수 있는 또 다른 재난을 표현한 것이다.

임 관장은 “이처럼 자본시장이 보여주는 기술의 핑크빛 미래와 그에 가려진 그늘을 함께 보는 시각과, 이에 대해 다각적 성찰을 가능케 하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한다”고 밝히며, 아르코의 전시사가 사회공헌이나 지역상생 같은 의제 순환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립된 이들에 주목한 <일시적 개입>(2022.11.18.~2023.1.21.) 기획전은 ‘로컬리티’를 둘러싸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 돌봄, 연대의 가치를 전했습니다. 또 <투 유: 당신의 방향>(2022.2.24.~4.24.) 기획전은 2022년의 키워드 ‘모빌리티’에 착안해 물리적 제약이나 신체의 한계에 물음을 던지며 이동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환기했습니다.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 ‘배리어프리 미술관’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는 것도 예술 생태계를 가꾸는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올해는 지역의 다양한 미술 주체와 협력해 배리어프리 예술 환경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접근성 매뉴얼 제작 또한 예정되어있습니다.”

각자에 맞는 ESG, 그 첫발을 디디다

이슈를 전시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각적으로 의제를 심화·선순환시키는 노력은 ‘지속가능성’ 행보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아르코 운영주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기관 ESG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전국 민간 및 공공부문 29개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해 제정한 ‘ESG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아르코는 전시 주제 외에도 운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한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환경 문제를 고려하고, 여러 차례에 걸친 내부 워크숍으로 전시장 운영 시 시행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기도 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결과는 2022년 5월 발표한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이다.

해당 매뉴얼은 ▲전시 기간을 3개월 2주 이상 운영 ▲운송·이동에 드는 탄소발자국을 최대한 절감 ▲전시 폐기물이나 폐자원 분해·분류 후 기증 등 총 19개 항목의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담았다.

2022년부터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가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에 대응하는 미술관 실천 툴킷(Toolkit)을 개발하여 세계 미술관의 동참을 독려한 데에 공감하고 실제 운영 실천으로 이어간 것이다.

“아이디어를 하나둘 적용해가며 수치로 환산해보니 홍보를 위한 인쇄물은 전년 대비 60% 감축, 전시 기물은 전년 대비 90% 재활용하는 성과가 났습니다. 이번 매뉴얼을 첫 단계로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기관마다 환경과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실정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점검하고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이런 고민과 실천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데 의의가 있기도 합니다.”

Tag#아르코미술관#네트워크#로컬리티#배리어프리#지속가능성저작권자 © The PR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김병주글쟁이 김병주입니다.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