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수많은 토론이 있었고, 회합이 있었으며, 언론 관련 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아무리 언론이라 해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인데 국가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대 논리도 있었고, 사기업이라고 해도 언론 본연의 구실을 잘 해낸다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찬성론도 있었다.

어렵사리 여야 합의로 제정되고 시행되었을 때만 해도 지역신문들은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것 같은 느낌으로 함께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지역신문이 처한 상황이 절박했다.

지역신문이 굳건히 뿌리내려 있는 서구사회의 언론구조를 갖추지 못한 우리는 근대언론이 도입된 이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정권의 필요에 따르는 언론정책을 시행한 탓에 풀뿌리 지역언론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는 구조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은 곧 전국지가 전체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이고 왜곡된 언론구조를 갖게 되고 만다.

몇 번의 기회는 가졌지만 해방후에는 미 군정이, 4·19혁명 후에는 박정희 정권이,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에는 전두환 정권이 건전한 언론구조 발전의 길을 막았다. 이들은 제도적으로 지역신문의 발전과 활성화를 막았고, 전국지만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했으며, 언론에 특혜를 주면서 권언유착의 시기를 이어갔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그 싹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거대 재벌, 족벌언론의 돈을 미끼로 한 무차별 시장점유 공세 속에서 고사 직전에 있던 지역신문 시장을 방어해줄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될 무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지역신문 체계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비록 하루 벌어먹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법 시행에 맞춰 일간지는 물론 주간지는 그때까지 없었던 편집규약을 비롯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와 독자들과 소통하고 평가와 비판 속에 신문을 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독자위원회 등 각종 장치들을 만들며 사이비짓하지 않는 지역언론의 윤리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0년까지 한시법이었던 법은 한 차례 더 연장됐고,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기획취재나 다양한 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지역언론인으로서의 위상도 함께 높여가고 있다.

아마도 독자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많은 볼거리와 수준 높은 기획취재기사를 통해 신문의 질적 성장을 일구는 데에는 이 법이 기여한 바가 아주 크다. 이런 지원이 없었더라면 지역신문들은 어려운 실정 속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자치단체의 발전을 위한 좀 더 다양한 취재를 위해 국내 다른 고장은 물론 해외취재를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법의 한시 규정 때문에 6년마다 홍역을 치러야 한다. 법 연장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찾고 설득하고 이해를 시켜서 어떻게든 지역신문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0년 법을 연장시키고 나니 이제는 기금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법에 명시된 지역신문발전계획을 수립, 발표하면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지역신문발전기금 440억 원을 적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 확보된 금액은 40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포함해서 4년이 넘는 이명박 정권 재임 기간 동안 단 90억 원만 기금이 적립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기금 확보를 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문화부에서 제대로 노력을 하지 않은 탓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했다면, 자신들이 지역신문발전이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본예산에 수립해야 했어야 할 것을, 본예산 지나고, ‘문제예산’이니, ‘미결예산’이니 하는 항목으로 넣어 확보하려 하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법에 명시된 바를 이행하지 않는 직무유기다.

얘기는 똑같다. 문화부의 태도는 ‘지역신문지원사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을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국회의 도움을 얻어서 해야 한다’ 정도로 정리된다. 자신들이 본예산에 편성하면 아무런 문제가 있을 수 없다.

지난해 정부예산이 ‘0’이 된 것도 문화부가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가 기껏 국회에서 증액시켜놓았더니 당시 한나라당이 정부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정부원안대로 통과된 때문이었다. 그런 사례가 올해 역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잘못을 연발하고 있는 문화부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나마 8일 문화부에서 있었던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한길 의원이 증인으로 참석한 지발위 주간지선정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웅 해남신문 대표이사의 증언을 들은 후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국회 문방위에서 확보하겠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힘으로써 한숨을 돌렸다.

그 자리에서 답변한 최광식 장관의 답변이 기가 막히다. 자신들이 예산으로 확보해야 할 사업예산을 국회에서 만들어달라고 한다.

자신들은 지역신문 지원예산이야 별로 중요한 것 아니니까 본예산에서는 일차로 빼놓는다. 왜냐면 다른 수없이 많은 중요한 것들이 있고, 자신들이 하지 않아도 국회로 공을 넘겨 해주면 좋고, 아님 말고 식이어서 지역신문 지원의식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목마른 놈이 샘을 판다고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역신문 관계자들이 목을 매고 달려들어 예산을 확보하려 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국회로 공을 자꾸 넘기고 말지. 규정따지기 좋아하는 공무원들이니 한마디 한다.

법에 규정된 기금 예산 확보 안하면 직무유기하는 것이고, 직무유기를 함으로써 건전한 지역신문 발전과 아울러 여론다양성 확보와 민주주의 발전을 꾀하겠다는 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내년에 또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차제에 문화부에 바라건대 문화부 예산이 4조원을 넘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역신문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4조 원 중에 1%도 아닌, 0.5%밖에 되지 않는 지역신문 기금예산을 본예산에 편성하는 지혜(?)를 발휘해달라는 것이다.

부디 내년에는 ‘지역신문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뜻이 담긴 문화부 예산을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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