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상몽2리 이래석(왼쪽)·구만3리 이일호(오른쪽)씨. ⓒ 황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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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농촌 마을에선 요즘도 이른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십중팔구 영농폐기물이나 생활쓰레기를 태우는 경우다.

주민들도 쓰레기 소각 행위가 농촌지역의 미세먼지 발생과 환경오염, 산불 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을 모르지 않고, 행정도 계도·단속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쓰레기발생지(가정)에서 소각 행위가 끊이지 않는 몇 가지 원인을 추정한다면 △내가 버릴 쓰레기가 재활용이 가능한 지 여부를 잘 모를 경우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봉투에 여러 종류의 쓰레기를 섞어 버린 경우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고 쓰레기도 종류별로 분리했지만, 이를 모아 놓는 마을의 공동 쓰레기장이 협소한 경우 등이다.

이에 농촌 마을의 가정들은 금속, 유리병 외에 웬만한 쓰레기는 소각해 없애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이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농촌 가정의 소각 관행을 과감히 멈춘 마을이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몽2리와 구만3리다.

특히 이래석(56, 상몽2리), 이일호(63, 구만3리) 이장의 역할이 컸다. 두 이장은 다른 마을 이장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에 도전했다. 그것은 마을 주민들이 오랜 시간 관습처럼 굳어진 관행을 깨는 일이었다.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 역시 그렇게 만들어진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두 이장이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주목하고 가장 공을 들인 일은 제대로 된 마을 공동 분리수거장 조성이었다.

이래석 이장은 "거창하게 탄소배출이나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민하지 않더라도 예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이 버려지고 땅속에 묻히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환경보호는 나 자신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리배출 가능 환경 조성 주목
큰사진보기 ▲ 상몽2리 마을회관 근처에 조성된 대형 쓰레기 분리수거장. 매 칸마다 톤백 자루가 설치돼 있다. 마을의 쓰레기를 모을 충분한 공간 있다면 각 가정이 깨끗해지고, 그 결과 마을 전체의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된 쓰레기 분리수거장이다. ⓒ 황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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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분리해도 마땅히 가져다 놓을 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분리한 것이니 봉지에 담아 집주변에 갖다 놨더니, 집주변이 지저분해졌다. 그래서 마을에 큰 분리수거장이 있다면 집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갖다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몽2리에 분리수거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규모와 크기였다. 20리터 용량의 쓰레기종량제 봉투, 유리병·금속재질 쓰레기를 담은 마대자루 등을 갖다 놓으면 하루 만에 넘쳐흐르기 일쑤였다. 이젠 마을 분리수거장이 지저분해졌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대형 마을 공동 분리수거장 설치' 공약을 내걸고 이장직에 출마해 지난해 1월 당선됐다.

"집집마다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분리해서 버릴만한 충분한 크기의 큰 규모의 분리수거장이 있다면, 내 집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주민들의 소각관행을 멈추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마을의 정주환경이 개선되면서 상몽2리로 귀농귀촌하는 가구도 늘었다고 한다.

"집 주변을 깨끗하게 하면 마을 전체가 깨끗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주효했다"며 "처음에 반신반의하며 소극적이었던 일부 주민들도 자신의 작은 실천이 결국 마을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환경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대형 분리수거장 설치를 성사시켰지만, 남은 문제는 주민들에게 분리수거에 대한 필요성을 어떻게 하면 확고하게 인식시키냐는 일이었다. 이래석 이장은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가 진행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7월 마을 클린업 발대식을 시작으로 9월까지 총4회에 걸쳐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했다. 스티로폼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때 알게 됐다. 12월에는 예산해봄센터에서 깨끗한 마을가꾸기 교육과정을 이수한 마을로 선정돼 현판을 전달받기도 했다.

이래석 이장은 "마을 인근에 산업단지를 반대한 이유가 환경유해 요인이 있는 공장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 가정과 마을을 지저분하게 방치해 놓고, 공장만 깨끗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며 "생활쓰레기 외 농자재 부산물 대부분이 태워지는데, 환경오염원을 줄이려면 이런 폐비닐을 모아놓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폐비닐·종이류 수거장 등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분리수거장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가가호호 종량제봉투 주며 설득
큰사진보기 ▲ 2021년 구만3리 마을회관에서 쓰레기분리수거 등을 주제로 한 마을만들기 조별 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엄지척을 하고 있다. ⓒ 이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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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3리 전 이장인 이일호씨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16년 동안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배출 문화를 정착시킨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씨는 "우리 마을은 대천천과 지곡천 합류지에 위치해 있다. 하천 주변에서 집집마다 소각통을 놓고 소각하는 탓에 매연이 마을 전역을 오염시키고 냄새로 불쾌감을 줬다"며 무분별한 소각 대신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마을은 자체 주민조직인 '황금뜰 깔끔이'를 만들어 마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적극 대응했다. 이씨에 따르면 부녀회원들이 주축이 된 '황금뜰 깔끔이'는 마을 주변 청소, 분리수거 활동을 하면서 쓰레기 문제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분리수거가 잘 안돼 종량제봉투를 각 가정에 나눠줬다. 잘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 분리수거에 동참하도록 독려했다"며 "집집마다 소각할 때였는데, 어느 집에서 소각하는 집이 있으면, 내가 직접 쓰레기종량제봉투를 들고 소각하지 말고 봉투에 담아 마을회관에 모아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더니 점차 큰 거부감 없이 잘 따라줬다"고 그동안 있었던 우여곡절을 털어놨다.

이일호씨와 만났을 당시 마을 쓰레기분리수거장은 확장을 위해 잠시 치워져 있었다.그는 "새롭게 설치되는 쓰레기분리수거장은 쓰레기 분리배출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내포지역환경연합 이미란 대표는 "현재 27개리로 구성된 고덕면에서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 마을은 상몽2리, 구만3리 두 마을뿐이다. 무엇보다 마을 이장이 주도적으로 나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과 분리배출 방법 등을 교육한 결과"라며 "환경운동 측면에서 보더라도 주민들의 자발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각성한 보기 드문 경우다"라고 두 이장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마을의 오랜 관행이라 지레 체념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서 노력한다면 마을 전체가 바뀔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라며 "특히 마을 이장 한 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