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 “취임 초 윤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봤던 일부 보수 쪽 사람들도 그에게 실망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운운하는 사람도 있고 … 나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2024.3.26.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investing :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위기와 분열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것 같다는 전망이 족벌언론들의 기사, 우파 유튜브 방송들, 친윤석열 지식인과 리더들의 말과 글에서 쏟아진다. 바로 얼마 전까지 ‘민주당이 비명횡사 공천으로 위기를 맞았다’던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최근 태도를 뒤집어서 국민의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전쟁과 스포츠처럼 선거도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세 가지 모두 민주당이 압도하고 있다. … (보수우파는)탄핵 이후 ‘심리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체성, 리더십, 지지 기반의 3중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이런 비관적 전망은 서로에게 불만을 터트리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위의 글에서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을 탓하면서 사실상 탈당이나 사퇴를 암시하고 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그런 파격적인 방법을 써야 되지 않나 싶다”면서 비슷한 암시를 했다. 함운경 후보가직접 윤석열 대통령의 “당원직 이탈”을 요구했다가, 압박을 받고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셀카 찍다가 기차표도 취소할 정도’라며 한동훈의 인기를 자랑하던 중앙일보는 최근 “아이돌로 생각하나”, “매일 하는 쇼는 셀카 찍는 것뿐”이라는 보수 내부의 아우성을 전했다. ‘역사 이념 전쟁’을 주도하던 박민식 전 보훈처장은 “나는 홍범도 흉상 이전 반대”했는데 “국방부가 밀어붙”였다면서 “솔직히 나는 억울하다”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족벌언론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는 장면’도 다시 돌아왔다. 조선일보는 “일부 보수 유튜버의 방송은 선(線)을 넘었다”고 비판했고, 반면 이봉규TV나 고성국TV같은 보수 유튜버들은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흔들며 도태우와 장예찬을 물러나게 해서 집토끼가 다 떠났다’며 화를 내고 있다.

이 극단적 보수 유튜버들은 ‘아스팔트에서 고생한 찐보수들을 외면하고 김경율, 함운경, 이상민, 김영주 같은 좌파들을 영입해서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사라지게 한 한동훈의 이상한 선거 전략’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준비해 온 총선 전략의 총체적 실패가 낳고 있는 위기와 분열이다.

원래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쌍방울·법인카드 등으로 끝없는 압수수색과 수사, 기소를 하면서 이재명 죽이기와 총선 전 구속 성공을 기대했다. 이렇게 이재명 대표에게 낙인을 찍고 발목을 잡은 다음에 한동훈을 내세워서 ‘범죄자 대 검사’의 구도를 만들고 ‘운동권 청산과 종북주사파 척결’을 외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 것이다.

인기가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 있으면서도, 의사 증원 확대를 과감히 밀어붙이는 모습을 통해서 노년층을 중심으로 지지자들을 단단히 하는 역할을 맡았다. 덧붙여 ‘민생토론회’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전국을 돌면서 관권 선거와 공약 장사를 하면 총선 득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TBS 해체, KBS 장악, YTN 민영화 등으로 토대를 닦아놓고 방심위, 선방위는 채찍을 휘두르며 언론 방송을 길들였고, 족벌언론과 종편들은 노골적이고 취재와 보도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해 앞장섰다. 이준석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거슬리긴 했겠지만, ‘제3지대 신당들’은 결국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총선의 성격을 흐리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모든 총선 전략의 구상은 모두 기대와 어긋나거나 실패하고 있고, 심지어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국민의힘의 위기와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의 이재명 대표 구속의 실패였다. 끝없는 압수수색과 여론 재판으로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면 결국 성공한다는 공식이 여기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증거나 증인도 없는 상황에서 억지 혐의로 야당 대표를 구속한다는 것은 검찰 정권의 지나친 무리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것이 보수우파 진영에 얼마나 큰 낭패감을 일으켰는지는, 올해 초 한 국민의힘 극렬 지지자가 ‘좌익 판사들이 못하면 내가 하겠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미수 정치테러까지 시도한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지 못한 상태로 총선을 치르게 된 국민의힘은 대항마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내세웠고, 초기에 보수우파들은 “구원투수”, “조선제일검”, “이순신”, 심지어 “보수의 메시아”라며 큰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막말까지 하며 한동훈을 비난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한동훈은 개인적 서사, 정치적 감각, 대중 연설 능력 모두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나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에 비교할 수도 없는 아마추어라는 것이 드러났다. 보수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소장은 “‘이재명 나빠요, 민주당 나빠요’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보수우파의 ‘구원’이 아니라 ‘구멍’이 돼 버린 셈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가장 주력한 ‘운동권 청산과 종북주사파 척결’ 프레임도 효과가 없었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이 소심하게 꼬투리들을 잘라낸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낡고 억지스러운 색깔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가 지시한 “이 나라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의 게시를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들이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의사 증원이 총선에 도움이 되는 카드에서 방해가 되는 카드로 변화한 과정도 역설적이다. 워낙 대중적 지지가 크기 때문에 의사들의 특권을 비판하며 대결하는 것만으로 지지를 얻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의사들이 버티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거꾸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불통을 드러내며 특권 카르텔 내부의 균열과 당과 정부의 갈등을 낳는 악재로 돌변했다.

언론 장악과 통제 시도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과 방송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반대로 정권을 더 강하게 비판하는 ‘뉴미디어’들을 지지하고 구독하는 사람들은 폭발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언론 장악 시도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 정부’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비명횡사 공천으로 추락했고 국민의힘은 승기를 잡았다’는 언론과 방송들을 너무 믿으며 방심하고 있다가, 뒤늦게 변하지 않은 정권 심판 여론을 확인하고 허둥지둥대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듣기 좋은 보고만 올라와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과 비슷하다.

제3지대 신당들이 정권 심판 구도를 흐리게 하거나 민주당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라던 기대도 무너지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돌풍 속에서 제3지대 신당들은 형편없이 쪼그라들면서 존재감이 사라져버렸고, 동시에 조국혁신당과의 경쟁에서 더 밀리지 않기 위해서 제3지대 신당들도 너도나도 정권 심판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준석 신당(개혁신당)은 또다시 젠더와 세대 갈라치기에 매달렸지만, 예전과 같은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준석을 지지하는 젊은 남성들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알려진 ‘에펨코리아’에서도 요즘은 개혁신당보다는 차라리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옥중에서 창당한 소무나당을 통해서 윤석열을 혼내주자’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윤석열 정권의 총선 전략이 처음부터 어리석었고 중도층을 무시하고 지지층만 결집하려고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용한 정치검찰의 망나니 칼춤이 부족해서도, 주류언론들의 검찰 받아쓰기와 측면 지원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넘쳐날 정도였고, 이런 방식은 지난 대선 때 성공한 적도 있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의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불만과 분노, 진실의 힘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어떤 총선 전략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고 있는 상황의 근본적 동력이다. 궁지에 몰린 기득권 카르텔은 ‘범죄자들과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공격하는 것에만 매달리고 있다.

‘검찰 캐비닛’을 열고 야당 후보들의 흠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샅샅이 털어서 족벌언론들에 넘겨주는 것에도 열심이다. ‘모두 다 똑같고 썩었다’는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낮추는 것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총선 투표일 직전에 무슨 간첩단 사건 등을 조작해서 터트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최근 국정원 직원이 반윤석열 운동 진영의 대학생과 활동가들을 몰래 미행하고 사찰하다가 들통난 사건을 보면, 공안 수사기관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단톡방에서 이 사람들을 북한과 연계된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총선이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런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의위기와 분열이 한편에서 자유통일당의 성장을 낳고 있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의당보다 높은 3~5%의 지지율로 2석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공, 반동성애, 반무슬림’을 외쳐온 자유통일당은 근본주의적 극우로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할 뿐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활동들을 하기도 했다.

자유통일당은 현재 ‘진짜 윤심(윤석열의 마음)이 실린 것은 자유통일당이고 우리만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국비자’(지역구는 국민의힘에, 비례는 자유통일당에 투표)를 구호로 외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와 후보단일화도 했다. 물론 이미 뉴라이트나 일베적 성향의 인물들이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 곳곳에 들어가 있지만, 자유통일당의 의회 진출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이런 ‘태극기 부대’의 극단적 세계관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여주는 이재명 살인미수 정치테러범은 ‘변명문’에서 “비상한 시국엔 특별한 일을 수행할 특별한 인물이 요구되는데 이 땅의 자유인들은 이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친 싸움은 내년 총선 이후가 될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2016년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변화를 중단시키고 시계를 되돌리려는 기득권 카르텔의 시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