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가자 집단 학살극 현장을 가감 없이 전 세계에 전달해온 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의 취재, 보도 금지와 지국 폐쇄를 겨냥한 법을 제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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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의회 '알자지라 입틀막 법' 제정

방송 금지‧지국 폐쇄‧시설 몰수 강제 가능

AP 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1일(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알자지라 법'(Al Jazeera law)을 찬성 71, 반대 10의 압도적 다수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은 총리와 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장관들이 이스라엘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를 상대로 취재, 보도 금지를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터넷 서버 및 웹사이트 접속 차단 등 현지 지국 폐쇄와 함께 관련 보도 시설 몰수도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은 24시간 이내에 이뤄지고, 45일간 지속되며 연장도 가능하다.

언론의 자유를 유린하는 이번 입법은 작년 10‧7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6개월간 여성과 어린이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약 3만3000명을 학살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유엔과 아랍권 등 국제사회 절대다수로부터 비판받는 상황에서 나왔다. 자국에 불편하고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는 외국 언론사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틀막‘ 독재 정권의 몸부림이다.

국가안보 해친다 판단되는 외국 언론사 제재

네타냐후 "하마스 선전기구"…알자지라 "중상모략"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신의 'X'를 통해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쳤고, 10‧7 대학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스라엘 군인들에 대한 싸움을 선동했다"면서 "나는 새 법에 따라 즉시 그 채널의 활동을 중지시키는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을 주도한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도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선동하는 하마스의 선전기구"라면서 "며칠 내로 알자지라는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르히는 "명백한 전쟁 시기에 공보처에서 보도 허가증을 받고, 이스라엘에 사무실을 둔 채 안에서부터 우리에게 대항하는 언론사를 용인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자지라는 카타르 왕실의 지원을 받아 1996년 설립된 방송사로 아랍권에서는 드물게 검열을 거부하는 언론으로 유명하다. 당시 카타르 왕실이 영국 BBC 기자들을 스카우트해 개국했으며, 카타르 국왕은 "BBC에서 하던 대로만 하라"며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아랍‧중동 지역과 국제 문제에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아랍권에서는 간섭 없는 자유로운 보도와 서방 중심의 시각을 탈피한 중동 관련 보도를 통해 아랍권의 대표 언론으로 성장했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의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 지국을 포함해 현재 전 세계에 70개 이상의 지국을 두고 있다. 직원은 3000명이며 이들의 출신 국가는 95개국 이상이다.

카타르 왕실, 1996년 설립…"BBC서 하던 대로만"

알자지라, 자유로운 보도와 서방 중심 시각 탈피

이스라엘과 알자지라의 ’악연‘은 꽤 오래됐다. 최근 사례로는 알자지라가 작년 10월 개전 초기에 대규모 폭발로 인해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수백 명이 사망했을 때 하마스의 로켓포탄이 원인이라는 이스라엘 군의 주장에 맞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목하는 일이 있었다. 그 후에도 알자지라는 지속해서 가자 내 병원이나 난민촌, 모스크, 학교 등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낱낱이 보도함으로써 네타냐후 정권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이스라엘군은 2022년 5월 서안에서의 이스라엘군 습격을 취재하던 알자지라의 쉬린 아부 아클레 선임 기자를 사살했으며, 작년 10월 25일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와엘 다흐두 가자 지국장의 부인, 아들, 딸, 손자와 다른 친지 8명이 참변을 당한 일도 있었다. 앞서 이스라엘은 2008∼2009년 이스라엘-하마스 제1차 전쟁 때 알자지라가 '하마스의 도구'라며 취재를 거부했으며, 2017년에도 알자지라가 서안지구 알아크사 모스크 주변에서 폭력을 조장한다면서 예루살렘 지국을 폐쇄하고 방송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백악관, 즉각 우려 표명…"언론의 자유 중요"

언론자유 감시기구 "세계언론에 중대한 위협"

이스라엘 지킴이로 가자 집단 학살극의 '공범'으로 비난받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마저 언론의 자유를 유린하는 '알자지라 법' 제정에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가자 분쟁 지역에서 보도하는 언론인들을 포함해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전 세계 언론인들을 지지한다"며 관련 입법에 "우려한다"고 말했다. 피에르 대변인은 "우리는 그 일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다. 그런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그 문제는 우리와도 관계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국제 언론 자유 감시 기구인 언론보호위원회(CPI)도 '알자지라 법'은 "세계언론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는 이스라엘-가자 전쟁 개시 이후 확산된 언론의 자기 검열과 언론에 대한 적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의 발언에 대해 "중상모략"이라면서 네타냐후가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스라엘 총리의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선동과 잘못된 비난을 예의주시하면서 알자지라는 그가 전 세계 알자지라 직원과 시설들의 안전을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알자지라는 그런 중상모략이 우리의 용감하고 프로페셔널한 취재를 막지 못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알자지라는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3월 31일 서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의회 앞에서는 수만 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가자 전쟁 개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에 휴전 보장과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