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KBS 장악·파괴' 대외비문건이 KBS 간부들에게 유통됐다고전했다.박민 사장 취임 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외비문건은지난 2010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MBC 장악문건’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일 ‘KBS 장악 대외비’ 문건 진상규명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외비 문건에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국민 담화(사과) 준비 ▲사장 취임 후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 ▲정원 축소 및 인력 감축 선언 등이 적시됐다.

또 대외비 문건은 “단기적으로는 KBS정상화, 중기적으로는 방송구조 개편 예상”이 된다고 밝히면서 “KBS 정상화(파괴적 혁신)” 세부 항목에서는▲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중심의 노영방송 체제 단절 ▲불공정 편파 왜곡 가짜뉴스 근절 등을 주문했다.

대외비 문건은 ‘사장 취임 즉시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 “사장 취임 후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을명시했다. 문건은 “우파 중심으로(사장 선임과정에서 이해를 달리했던 우파 포함)하되, 전임 사장 재임 시 보직을 가졌던 부장급 이하 중 능력이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라도 등용 검토”라고부연했다.

KBS본부는 “이 문건은 실제로 국장급 직위자가 하급자에게 참고하라며 건네는 등 사측 간부 사이에서 유통됐고, 일부 평직원도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박상현 신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문건 작성자’와 관련해 “이 문건 작성에 내부 조력자도 포함돼 있는 것 같다”며 “내부 사람이 아니면 취합하기 힘든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을 콕 집어 이 사람이 작성했다는 것은 아니고, KBS 내외부가 같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문건에 8월달 수신료 관련 데이터가 있고, 김의철 사장 가처분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봐서 이 기간을 유추해 봤을 때 9월 말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해당 문건은 ‘사장 제청 즉시 챙겨야 할 현안’과 ‘사장 취임 즉시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구분돼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박민 사장 임명을 제청한 지난해 10월 13일 이전에 작성됐다는 것이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해당 문건의 내용이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MBC 장악 문건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윤 위원장은 “경영진과 권력의 의지에 반하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도장을 찍어버리는 내용은 ‘MBC 장악 문건’과 동일하다”면서 “이 문건이 그저 KBS내부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의심하는 이유는 장악을 넘어 ‘KBS를 공중분해 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 ‘국정원 문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KBS 안팎의 윤석열 지지 세력이 결탁해 박민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우고 이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문건 내용만 봤을 때 위법하다고 볼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있고, 단체협약 무력화, 성향별로 차별하는 내용 등현행법령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다만 문건 내용이 박민 사장 이후 KBS에서 벌어진 일들의 직접적인 근거가 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 문건이 어떤 식으로 기능했는지 밝혀지면법적인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명아 노동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는 “노동조합을 단절시키고 방송노동자를 도려내겠다는 의사가 명징하게 확인된다”며 “단체협약 파기를 감수하라는 주문이 있는 것은 KBS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동원될 수 없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경영진의 책임은 명확하게 있다고 본다. 답변하지 않으면 이 문건 내용 자체로 노조법 위반이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노무사는 “KBS 정상화를 위해 구성원을 감축해야 하고, 외주 제작이 확대돼야 하고, 임금을 감축해야 한다는데 그 논리 구조의 연결성을 찾지 못하겠다”며 “이런 내용이 문건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KBS 구성원 개개인을 입틀막 하기 힘드니까, 생존권을 볼모로 겁박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KBS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어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는 문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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