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파업 확산

기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MBC,KBS 기자들이 일손을 놓았어요. 국민일보도 파업 중이고, 곧 연합뉴스와 YTN도 파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지지합니다. 기자가 국민의 눈이 아닌 정권의 메신저처럼 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항해야 합니다. 낙하산 사장들 다 몰아내야 합니다. 언론을 진실에 목말라 하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얼마 전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MBC 기자의 글을 읽었습니다.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뭉개져 있음을 슬퍼하는 그의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현장을 누볐던 동기 기수 MBC 기자들 몇 명의 이름을 사직결의 명단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권에 장악된 현실을 개탄하는 YTN 기자의 글도 읽었습니다.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올려진 이글을 삭제하느라 바빴다고 하더군요. 보도하고 싶은 걸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이들의 절절한 슬픔을 느꼈습니다.

국민일보 기자 후배들이 제게 트위터로 연락해오고 있습니다. ‘제발 국민일보 파업을 알려달라’고 호소해옵니다. 그러면서 말합디다. ‘한겨레의 존재가 새삼 감사하다’고 말이지요.

문득 제가 한겨레 기자라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눈치 보지 않고 보도하고 싶은 것 다 보도하면서 오늘도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는데, 제겐 이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인데,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겨레에서 일한 지난 6년

저는 6년차 기자입니다.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한 뒤로 늘 정부와 자본에 불편할 수 있는 소재들만 찾아서 보도해온 편입니다. 전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나마 절차적으로 확립되어가던 민주주의마저 뒷걸음질 쳤고, 거대 자본은 더욱 커지고 소자본에 대한 횡포도 심해져 경제 민주주의는 질식하기 직전입니다.

머릿속이 이렇다보니 제가 찾는 기사거리들은 늘 삐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삐딱한 기자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전 우리 사회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으니 그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역시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여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겨레에서 일하면서 저는 단 한 번도 저의 삐딱한 소재의 아이템 발제를 거절당한 적이 없습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경찰의 이성을 잃은 시민진압을 연일 과감하게 고발했더니 회사는 제게 공로상을 주더군요. 2009년 경찰의 쌍용자동차 노조 살인진압 현장을 그대로 폭로해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더니 역시 회사는 제게 공로상을 주었어요. 2010년 삼성 반도체 공장의 진실을 파헤쳐 시리즈로 연일 보도해 삼성을 궁지로 몰아넣으니 회사는 이번에도 제게 상을 주었습니다.

고소 겁박 당하면 “쫄지마” 지시

지금도 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23일 YTN 기자가 “신명씨가 4월5일 BBK 가짜 편지의 윗선을 공개하겠다고 알려왔다”는 내용을 보도하려 했는데 데스크가 이를 막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YTN 노동조합이 이를 폭로하더군요.

저는 이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데스크에 보고했습니다. ‘우리가 받아서 보도하자. 정확히 신명 씨가 며칠 날 비밀을 터뜨리겠다고 말한 건 처음 아니냐.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데스크에 보고한 지 10분도 안 돼 ‘빨리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속보로 전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0474.html)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2월21일 김인규 사장 일대기를 정리해 노조 게시판에 올렸더군요. 노조는 김인규 사장이 2006년 11월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찾아 ‘노조를 장악하겠다. 나를 (사장으로) 밀어달라’ 충성맹세했던 사실을 다시 거론했습니다. 2010년 12월 이 사실이 폭로되자 당시 김 사장은 양 전 비서관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는데 왜인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고소를 안 했더군요.

데스크에 보고했습니다. 역시 데스크가 10분도 안 돼 ‘기사를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기사로 옮겼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520489.html)

기사를 쓴 다음날 KBS 홍보실은 저희 회사로 전화해 기사삭제하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삭제 안 하면 고소한다고 겁박했습니다. 정중한 요구가 아닌 거친 말투로 으름장을 놓았기에 겁박했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과 관련한 당시 논란은 허위사실로 밝혀진 바 없기 때문에 저는 ‘삭제해줄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 후 데스크와 상의했어요. 어떡하면 좋겠냐고. 데스크가 그러더군요. ‘팩트로 승부하면 되니까, 그 사건 더 취재하라고. 그리고 소송 따위 신경쓰지 말라’고 말이죠.

저는 KBS 홍보실에 최종 통보했습니다. ‘고소할테면 하라. 기사는 못 지워준다.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 내 기사가 허위사실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국민과 함께 판단하자.’ 당당하게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십니까. 불안하기보다 행복했습니다.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 이렇게 진실을 밝히고, 소송 협박을 받아도 한겨레는 날 지켜준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뿌듯했습니다. 독자들도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어깻죽지에 날개를 달고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KBS의 소송 겁박에 제 전투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저는 오늘도 더러운 권력의 뒤를 캐고 있습니다. 이렇게 늘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트위터를 많이 합니다. 하루에 30여 개 정도의 글을 쓰는데 가끔은 좀 무리한 글도 씁니다. 제 데스크는 트위터를 개인적 공간으로 인정하면서도 가끔 지적합니다.

‘이러 이런 건 조심해라. 이런 표현은 과하지 않냐.’ 등등. 데스크가 제게 지적은 날카롭게 하지만 마지막에 이런 말을 늘 빠뜨리지 않고 합니다. ‘그래도 절대 위축되지 말고 트위터를 계속할 것.’

한겨레는 이런 회사입니다. 저는 이런 선배들 밑에서 가르침을 받고 쑥쑥 커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파업하고 있는 언론사 기자들은 저처럼 일하고 있지 못합니다. 기사도 마음껏 못 쓰는데 트위터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파업 기자들도 매일매일이 뿌듯하기를

저는 한겨레 자랑하려고 이 글 쓰는 게 아닙니다.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저처럼 일하길 바라는 마음에 알려드리는 겁니다. 제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다른 언론사에서는 해직을 각오하고 싸워서 쟁취해야 할 일상입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11년 11월 국회에 출석해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시중씨도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데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를 정도로 황당한 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2명이나 해직된 언론인들과 200여명의 징계자들은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고민 끝에 저는 ‘어쩌면 최시중씨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언론탄압 한 적 없다. (군부독재 시절처럼은)”

군부독재 시절보다 더 은밀하고 체계적인 언론탄압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언론인들의 이번 싸움은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는 벼랑 끝 싸움입니다. 더 밀려나면 조중동 기자들처럼 단순 직장인으로 전락하고 말겁니다.

이 싸움에서 꼭 이겨 다른 기자들도 저처럼 늘 매일매일이 뿌듯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동지들, 파이팅!

현재 한겨레 디지털뉴스부 기획취재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다. 영상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함께 들고 현장을 누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앞선 멀티형 기자가 되려고 노력중이다.

우리 사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사명을 놓는 그 순간, 기자가 아닌 단순 직장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저 그런 기자가 되느니 문제적 기자가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도 한다. 한겨레와 한겨레 독자들을 무지 사랑한다.

개인 블로그 http://blog.hani.co.kr/catalunia